프랑스 학교를 고를 때

해외 프랑스 학교의 인가(homologation) :(1) AEFE와 MLF, 미묘한 관계의 두 기관

하버 그레이 2022. 10. 1. 23:01

서울 프랑스 학교 홈페이지 메인 화면 (영문)
하비에르 국제학교 홈페이지 메인 화면 (한국어)

해외 프랑스 학교의 인가(homologation)는 아래 세 기관이 주축이 되어 위원회가 이루어집니다.

 

-프랑스 외교부(ministère de l’Europe et des Affaires étrangères = MEAE),

-해외 프랑스 교육 담당 기관(AEFE),

-프랑스 교육부(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 MEN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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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비종교성 미션 MLF (Mission Laïque Française )

 

위의 정부 기관들이 해외에 있는 프랑스 학교가 원칙에 따라 프랑스 교육 시스템 내 프랑스 교육 과정을 올바르게 따르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한 후 인가(homologation)가 확정됩니다.  (저의 포스팅에서 "인가"는 프랑스 교육부의 인가를 의미합니다.  서울프랑스학교와 하비에르국제학교 모두 서울시 교육청의 승인을 얻어 세워졌습니다. 다만 외국인 학교이므로 한국학교로 진학을 원할 경우 학력인정은 되지 않습니다.)

 

인가 심사 과정에 참여하는 기관 중 해외 프랑스 교육 담당 기관 (AEFE) 이외에도 MLF(Mission Laïque Française= French Secular Mission, 이하 MLF)라고 불리는 기관이 있습니다. AEFE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AEFE는 국가 직속 정부 기관이라면, MLF는 사립 기관이고 비영리 단체로 구분됩니다.

 

Mission Laïque Française 로고

 

MLFAEFE와 마찬가지로 해외의 프랑스 학교 설립과 운영, 교원 채용 및 관리를 담당하는데요이름에 들어가는 laïque(=영어의 secular)라는 단어에서도 특징이 보이듯 «laïcité(라이시떼=비종교성)»원칙에 따라 종교와는 중립적인 자세로 지역 문화 차이를 이해하며 해외에서의 프랑스 공교육을 널리 알리는데 중점을 두는 기관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의 식민지 확장이 한창이던 제국주의 시기 무렵 (1902) 창설되어 가톨릭 선교회의 모델을 참고하여 세계 곳곳에 프랑스 교육과 문화를 널리 전파합니다. 여느 식민지 지배 방법과 마찬가지로 문화 공략이 가장 주축이 됩니다. 위의 로고를 보더라도 육각형 모양의 프랑스 본토 아래로 미니미같은  작은 육각형이 있습니다. 모든 곳의 프랑스화를 고려한 로고일까요. 

 

AEFEMLF는 공통적으로 해외 프랑스 교육기관 설립과 운영, 교원 채용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하고 있지만 둘의 관계는 매우 미묘합니다. 또한 상대를 바라보는 관점은 조금씩 다릅니다.

 

프랑스 상원(Sénat) 홈페이지에서 MLF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기를 "AEFE를 보완하는 역할이되 무시할 수는 없음(LE RÔLE COMPLÉMENTAIRE MAIS NON NÉGLIGEABLE)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프랑스 상원 홈페이지 해외 프랑스 교육 기관 자료 참고 https://www.senat.fr/rap/r17-689/r17-6893.html)

 

MLF의 "라이시떼(laïcité=비종교성)"을 대략 풀이하자면  우리는 종교와는 중립을 지키며 해당 국가의 문화를 존중하되, 프랑스 교육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마인드가 강한 듯 보입니다.  그러한 역사와 경험은 무시할 수 없기에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국가의 이름이 아닌 사립기관의 이름으로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숨은 역할을 해왔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오랜 경험을 토대로 해외 프랑스 학교의 인가 심사 과정에 MLF도 참여합니다. 이것이 프랑스 상원에서 밝힌 MLF의 "AEFE를 보완은 하지만 무시할 수는 없는" 역할입니다. 

 

AEFE의 입장에서는 AEFE국가 직속 수행 기관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또한 1990년 창설된 비교적 젊은 기관입니다. 외교부 산하로 있는 정부 기관이죠. 상대적으로 MLF는 사립 기관이며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AEFEMLF와 협력은 하지만 일정한 선은 긋는 모습입니다.

 

AEFE는 해외 프랑스 학교들의 인가 심사 과정에 교육부와 외교부와 더불어 당당히 참여해왔고 AEFE의 무게감은 상당합니다. 오히려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지만 전 세계적으로 AEFE와 긴밀한 가맹 관계의 학교들(138개국 566개 학교, 학생 수 390,000명)MLF 가맹 학교(37개국, 108개 학교, 학생 수 61,000명)보다 월등히 많은 상황입니다.

 

MLF의 입장에서는 AEFE가 국가 직속 수행 기관으로 설립된 1990년보다 훨씬 더 오랜 역사와 경험을 가지고 해외 프랑스 교육에 참여해 왔다는 긍지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MLF1902에 설립되었고 2022년 기준 120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주로 지중해 주변 국가들 (모로코, 이집트 등)을 적극 공략하여 종교적 색채를 배제한 접근(Laïcité=비종교성)을 통해 프랑스 학교를 상당수 설립 및 운영해 왔습니다.

 

특히, MLF 특징 중 하나는 기업과 연계하여 어떤 기업이 어느 국가에 들어왔을 때 그 기업 직원 자녀들이 다닐 수 있는 프랑스 학교를 기업 이름으로 만드는데 적극 협조합니다.(école d'entreprise

 

우리나라에는 경남 사천에 에어버스 헬리콥터 공장이 세워지면서 직원 자녀들을 위한 MLF 관할 학교가 있습니다. 이름은 École MLF - Sacheon.  건물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경남 외국인 학교 건물을 빌려 총 4명의 학생들이 프랑스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2021-2022  기준) 학생수는 극소수이지만 기업 학교로 운영되는 방식입니다. AEFE 가맹에는 들어가 있지 않지만 MLF 관할에는 포함됩니다.

 

AEFE는 해당 국가의 교육청에도 등재되어 있는 어엿한 학교 (건물 포함)의 형태를 띤 교육기관을 인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AEFE의 전체 인가를 받은 서울 프랑스 학교, 초등학교 과정(프랑스의 중1이자 한국의 초6인 6e(Sixième) 포함)까지만 부분인가를 받은 하비에르 국제학교가 해당됩니다.  

 

MLF는 프랑스 교육을 하고 있는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거제에 있는 영국계 어학원 내에도 프랑스 교육과정을 일부 운영하고 있으면 학교로 인정합니다. 예전 포스팅을 참고해 주십시오. 

 

2022.06.28 - [프랑스 학교를 고를 때] - 한국에 있는 프랑스 학교들

 

한국에 있는 프랑스 학교들

프랑스는 세계 곳곳에 반드시 프랑스 학교를 세우고 있습니다. 자국민이 프랑스 교육을 타국에서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듦과 동시에 타국에 직접 프랑스 문화를 전파하고 그곳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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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하비에르 국제학교는 MLF가 직접 운영하는 학교(EPR=Etablissements En Pleine Responsabilité MLF)도 아니고, 기업 운영 학교 (école d'entreprise)도 아닙니다. 그러나 MLF와는  파트너십(établissement partenaire)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MLF가 운영하는 네트워크 카테고리에 포함되지 않는 학교는  (hors réseau), "partenaire(파트너십)"으로 묶이게 됩니다. 하비에르 국제학교는  AEFE와는 초등학교 과정 인가 신청 당시 조건인 "파트너십" 학교 제휴를 맺음으로써 가장 기본적인 인가 신청 조건을 만족한 후, MLF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두 해외 프랑스 교육 담당 기관과의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AEFE에서 제공받는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구인 및 연수, 학교 인가 관련한 정보를 제공 받습니다. 

 

서울 프랑스 학교는 MLF와 따로 제휴를 맺지 않았습니다. 이미 정부 기관인 AEFE와 협약 학교(établissement conventionné) 관계에 있으므로 추가 제휴는 필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정리하자면, 

- 서울 프랑스 학교 : 정부 기관 AEFE와의 협약 관계 (établissement conventionné) (파란색 세계지도)

- 하비에르 국제학교: 정부 기관 AEFE와 파트너십 관계 (établissement partenaire) (오렌지색 세계지도) + 사립기관 MLF와의 파트너십 관계 (établissement partenaire)

 

서울 프랑스 학교(Lycée français de Séoul)는 정부직속기관인 AEFE와 협약(établissement conventionné)을 맺어 다양한 지원과 혜택을 받습니다. 물론 분담금 지불 의무는 있습니다만 AEFE는 교육부 검증 교사 파견, 같은 AEFE 네트워크 학교간 행사 연계, 학교시설 증축 및 장학금과 보조금 지급 등으로 책임과 안정적인 무게감을 증명합니다. AEFE 협약(AEFE로고와 파란 세계지도)은 이름만 들어도 보증이 되는 일종의 보증마크와 같습니다. 

서울 프랑스 학교 정문 (aefe 로고 옆 파란 세계 지도는 협약 학교(établissement conventionné)를 의미한다.(서울 프랑스 학교 소개 유튜브 영상 중)

 

또다른 학교인 하비에르 국제학교(Lycée international Xavier)는 AEFE와는 파트너십 학교 (établissement partenaire)로 체결을 하여 협약 학교에 비해 분담금을 덜 지불합니다. 파트너십 학교는 AEFE로부터 일종의 서비스 (교사 연수, AEFE 행사)만 제공 받는 형태입니다.

 

하비에르 국제학교는 MLF와 보다 긴밀한 관계인 것으로 보입니다. MLF와도 파트너십 체결을 하여 홈페이지 메인화면에도  MLF로고는 나와 있습니다. AEFE와의 관계를 설명할 때에는 오렌지색 세계지도를 지운 배너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아직 학교 인가가 중2-고3까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인가 심사에 참여하는 두 기관 모두와 관계망이 형성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합니다.

 

실제로 하비에르 국제학교의 2013년 초등학교 과정 인가 첫 신청 당시 인가 담당 기관은 AEFE였습니다. 그 해 인가 학교 리스트가 AEFE 활동 보고서(Rapport d'activité) 에 나와 있습니다. 인가의 기본 조건 중 하나가 AEFE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때부터 AEFE와는 파트너십 제휴 학교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로부터 5년 후 2018년  초등과정 마지막 단계이자 중학교 도입 단계인 6ème(Sixième=한국의 6학년, 프랑스의 중1) 인가 확장(extention) 신청은 이후 결과가 MLF의 활동보고서에 나와 있습니다. 

 

올해 2022년 유치원 부분 인가 확장 과정은 AEFE와 MLF 중 어느 기관의 중재(poste diplomatique)를 받았는지 내년에 발간되는 두 기관이의 활동보고서를 살펴보아야겠습니다. 

2022.07.06 - [프랑스 학교를 고를 때] - 하비에르 국제학교 유치부 부분 인가(homologation) 소식 (2022년 6월)

 

하비에르 국제학교 유치부 부분 인가(homologation) 소식 (2022년 6월)

지난 2022년 6월 30일 프랑스 법률 포털 ( https://www.legifrance.gouv.fr/jorf/id/JORFTEXT000045979419 )에 새롭게 업데이트된 해외 프랑스 학교 인가 목록에 하비에르 국제학교의 유치부가 부분 등재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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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기관의 역사를 살펴보다 상상한 저만의 느낌은 이러했습니다. 이해를 위해 재미로 상상력을 살짝 더해 보았습니다. 

 

어느 왕가(프랑스)에 태어난 후궁 태생 30살의 실력파 왕자(MLF)와 뒤늦게 왕비에게서 얻은 15살의 역량과 자질이 출중한 왕세자(AEFE) 사이에는 그들이 운영하는 기관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존재합니다. 나이는 많지만 적통이 아닌 왕자, 나이는 어리지만 정통성을 보장받는 왕세자.

 

왕은 왕비 소생인 15살의 어린 AEFE 왕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MLF 왕자에게는 옆에서 AEFE 왕세자를 보필하는 역할을 맡깁니다.

 

그러나 MLF 왕자는 AEFE 왕세자와 동등한 위치를 원하고 있고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활용해 지중해 연안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래서 AEFE 왕세자의 세력이 닿기 애매한 종교적, 지역적 분쟁이 있는 곳이나 유럽 밖 나라 가운데 여러 대륙에 걸쳐 있는 기관 운영에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여 공략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얻은 세력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AEFE 왕세자가 가진 정통성과 여러 지원을 필두로 짧은 시간 동안 획득한 세력은 MLF 왕자가 이룩한 연맹 수를 능가합니다.

 

왕의 입장에서는 이 두 왕자들이 서로 협력해 주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MLF 왕자가 무시할 위치는 아니되 AEFE 왕세자를 보완해 주는 역할임을 밝힙니다.

 

또한 기관 승인 절차 과정에도 두 왕자를 동시에 참여시키며 심사 위원 권한을 줍니다. 다만, AEFE 왕세자는 MLF 왕자와 같은 승인 심사 테이블에 앉게 되는 것을 되도록 알리고 싶어하지 않은 반면, MLF 왕자는 승인 심사 테이블에 앉는다는 사실을 주변에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MLF 왕자와 이미 네트워크를 형성한 세력(교육기관) 가운데에는 뒤이어 등장한 적통 왕세자인 AEFE 왕세자와 다시 굳은 협약을 맺은 세력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정통성을 인정 받은  AEFE 왕세자와의 강력한 협약만으로도 굳건한 기반이 형성되기 때문에 따로 MLF 왕자와 다시 연맹을 맺을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세력도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AEFE 왕세자와는 보다 가벼운 협약을 맺고, MLF 왕자측과 더블 연맹을 맺는 세력도 있습니다아직 완성되지 않은 인가 절차를 염두에 둔 가능성일 수도 있습니다.

 

AEFE 왕세자와 MLF 왕자가 운영하는 기관에 고용을 원하는 이들은 이 두 왕자들 밑으로 동시에 지원이 가능합니다. 지원 시기는 각각 다릅니다

 

이 정도로 AEFEMLF를 비유한 상상 속의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AEFE와 MLF는 해외 프랑스 교육 담당 기관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름들입니다. 역할은 비슷하지만 소속이 다르고, 미묘하게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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