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유치원은 école maternelle, 초등학교는 école élémentaire, 유지원+초등학교는 école primaire라고 이야기합니다. 중학교는 collège라고 하지요. 흔히 영어에서 college라고 하면 대학 기관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에 프랑스어와는 종종 혼선을 빚습니다.
고등학교는 lycée라고 합니다. lycée라는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좀 특이합니다. 그리스어로 λύκειο, λύκειον (리케이온에 가까운 발음일 거예요)라고 하고 그 뜻은 "늑대들의 숲"이 됩니다. 늑대인간이라는 뜻인 lycanthrope와 같은 어원을 가집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종종 학자들이 한적한 장소에 모이곤 하였는데, 그곳을 "늑대들의 숲", 리케이온이라고 불렀다 합니다. 단순히 이런 이름이었다가 의미가 점차 확장되어 아리스토텔레스의 학교 이름으로 사용되었고 더 크게 확장되어 아예 중등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교육 기관으로 널리 쓰이게 됩니다. 프랑스어로는 lycée가 되었죠. 발음은 "리쎄".
해외에 있는 프랑스 학교에도 기본적으로 lycée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초등 과정만 있거나 중등 과정만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주로 초중고 과정이 모두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통틀어 lycée라는 이름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초등학교만 있을 때에는 École, 중학교만 있을 때에는 "Collège"라고 교명에 나와 있습니다.
조카가 다닐 한국에 있는 프랑스 학교들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궁금한 부분이 생겼습니다. 서래 마을에 있는 프랑스 학교 이름은 "서울 프랑스 학교 (Lycée français de Séoul)" 이고 구기동에 있는 프랑스 학교 이름은 "하비에르 국제학교(Lycée international Xavier)"라고 불립니다.
서울 프랑스 학교는 한남동에서 1974년 시작되어 1985년에 현재 위치인 서래마을로 옮긴 이후 해외 프랑스 교육기관(AEFE)으로부터 프랑스 교육부의 인가(homologation)를 모두 완료하고 프랑스 공립 교육의 정신을 그대로 계승해 오고 있는 학교입니다.
하비에르 국제학교는 2002년 혜화동에서 개교하고 2006년 현재 위치인 구기동으로 옮겨 프랑스 공립교육이 아닌 가톨릭계 사립교육을 기반으로 세워졌습니다. 해외 프랑스 학교는 프랑스 현지와는 다르게 우선적으로 공교육과 같은 맥락을 중시합니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그곳의 법과 제도에 따라 공립/사립학교가 있고 종교가 반영된 사립학교도 얼마든지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외국인 학교로 세워진 사립학교 체제 내에서 교육 과정은 공교육을 우선적으로 지향하고 있습니다. 아직 전체 학년 프랑스 교육부 인가(homologation)가 완료되지 않고 유치원,초등학교, 중학교 1학년까지만 인가 완료된 상태입니다.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3학년은 프랑스 교육부 미인가 상태)
처음에는 하비에르 국제학교가 다른 국제학교 중 한 곳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Lycée"라는 단어로 프랑스 학교임은 알 수는 있었지만 한국어로 표기한 "하비에르"라는 이름은 프랑스보다는 스페인 쪽에서 많이 듣던 발음이기도 하였고요. 프랑스에서는 "자비에"라고 발음 합니다. 발음은 스페인어의 Javier와 같은 발음인데 표기 방식은 Xavier이고, 또한 international과 같은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프랑스어 교명이 아닌 한국식 "하비에르 국제학교"로 학교 이름을 들었을 때에는 프랑스 학교를 바로 떠올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야 비로소 학교 창립자가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도회 (한국어 사이트: https://www.xavier.or.kr/ 프랑스 본부 사이트: https://communaute-sfx.catholique.fr/ )"라는 가톨릭 단체 소속이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가 직접 설립을 한 것은 아니고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Saint François-Xavier)의 이름을 따서 지은 학교였습니다. 한국 커뮤니티에 대한 설명은 https://communaute-sfx.catholique.fr/la-communaute-sfx/ou-sommes-nous/seoul에 나와 있었습니다. 프랑스어라서 페이지 구글번역을 통해 영어나 한국어로 읽을 수 있습니다.
다시 검색을 통해 "한국 천주교회 2021년 통계"를 찾아보았더니 22페이지에 이 단체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https://ebook.cbck.or.kr/gallery/view.asp?seq=214912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1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1
ebook.cbck.or.kr
학교 운영진인 "사도회"라는 형태는 "사도 생활단"에 속한다고 통계 자료에 나와 있는데요, 교황청이나 교구 설립 수도회에는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단체로 보입니다. 선교회와 유사하려나요. 구글 검색을 통해 발견한 내용을 옮깁니다.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796
예수회는 수도회가 아니라던데....?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전통적인 유니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로만 칼라의 성직자 셔츠 외에는 딱히 입는 수도복도 없고, 살아가는 방식도 내 이웃 동네 어딘가에 여럿이 함께 사는 모양새라 그런지 몇 지인들이 새
www.catholicnews.co.kr
수도회 (Religious Order) |
사도생활단 (Society of Apostolic Life) |
|
수도서원 Vows of Religion:청빈, 정결, 순종 |
O | X |
개인재산 | X | 경우에 따라 O |
공동생활 | O | O |
아프리카 꼬뜨디부아르에도 커뮤니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이며 관련 프랑스어 기사도 있었습니다. (프랑스어 기사이지만 구글 번역 기능 이용 가능합니다.)
" Côte d’Ivoire, comment une mère de famille est devenue religieuse" (꼬뜨디부아르, 한 가정의 어머니가 어떤 과정으로 수녀가 되었나)
Côte d’Ivoire, comment une mère de famille est devenue religieuse
Le 4 février à Abidjan, Éléonore N’cho, 56 ans, est devenue religieuse au sein de la communauté apostolique des sœurs de Saint François-Xavier. Portrait d’une femme étonnante : religieuse, éducatrice, veuve et mère de quatre enfants.
www.la-croix.com
학교 이념이 가톨릭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프랑스 교육부 인가(homologation) 신청을 할 때 프랑스 교육부에서 비종교성(laïcité)을 강조하는 만큼 학교에서 어떤 운영 방침을 정할지 궁금해졌습니다. 일단 살펴보니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는 종교적인 행사 소식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대신 인성 / 교육영성 교육 쪽을 강조하고 있고, 학교신문에는 간단한 사진 정도로 기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단 한국의 프랑스 학교들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 안의 프랑스 학교들을 보면 학교 이름이 무척 다양합니다. Lycée français, Lycée français international, Lycée international français, Lycée international 등등 말이지요.
서울 프랑스 학교에서는 국제 섹션(Section internationale)이 있는데 오히려 학교 이름에는 international이 들어가지 않고, section 구분이 없는 하비에르 국제학교에는 international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학교 이름을 정할 때에 어떤 기준점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국제 섹션 혹은 국제반(Section internationale)에 대한 부분은 관련 포스트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2022.08.20 - [프랑스 학교를 고를 때] - 프랑스 학교의 국제 섹션(Section Internationale, SI), 이중언어 교육
프랑스 학교의 국제 섹션(Section Internationale, SI), 이중언어 교육
프랑스 현지에서 학교마다 국제 섹션(국제반)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또한 한국을 포함한 해외에 있는 프랑스 학교에서도 역시 국제 섹션(국제반)이 있습니다. 프랑스 초등, 중
harborgray.tistory.com
그래서 해외 프랑스 교육기관 (AEFE)에 교명 관련하여 직접 문의를 해보았습니다. 아래의 글은 대외 담당자님의 회신에서 옮겨 보았습니다.
(해석)
해외 프랑스 교육 기관별 호칭 차이(Lycée français, Lycée français international, Lycée international)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학교명 선택은 학교 설립자(들)에 따라 좌우되며 학교 운영 관련 조직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모든 학교에 특정 이름을 붙이라는 강제성은 없습니다. (이와 같은 학교들은 대다수가 사립학교임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저희는 점점 학교 운영 주체들의 의지가 학교 이름을 통해 나타나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로 다국적 "고객"
을 염두에 둔 것인데요, 단순히 프랑스 국적을 가진 학생들에게만 배움의 자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해외 프랑스 교육은 지금껏 단 한 번도 프랑스인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었습니다. 현지 학생들에게도 문이 열려 있습니다. 해외 프랑스 교육 프로젝트 시작 단계 때부터 꾸준하게 프랑스 교육을 보급하려는 의지가 있어 왔습니다. 고품격 수준과 자질을 갖추고 그로부터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게끔 하는 교육 기관을 구상해 왔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네이밍은 일종의 마케팅의 일환으로 연결시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프랑스어권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학생들과 그 가족들의 눈길을 끌기 위함입니다. 법적 및 행정적인 절차를 준수하는 조건(예를 들어, 학교의 법적 지위를 보여줄 수 있는 적합한 이름인지, 학교 인가를 위한 각 부 상호 간 협의를 통해 정보가 나왔는지 여부) 하에, AEFE 총괄 책임자는 다음과 같은 형태의 학교명 채택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Lycée français international + 학교가 속한 도시 이름 + 학교가 본받고자 하는 인성을 기념할만한 역사적인 인물의 이름"의 조합입니다. 이러한 이름은 학교의 정체성을 좀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학교가 특정 소수의 계층만을 대상으로 한 좁은 세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요약하자면, 학교명을 정하는 것은 학교 재량이고 전통적으로는 lycée français를 채택하는 분위기였으나 입학생들의 범위가 점점 프랑스인들 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으로 확대되는 만큼 새로운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교명에 "international"이 들어가는 추세라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lycée français라는 정체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international이라는 단어가 덧붙여져 프랑스 교육이 단순히 프랑스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이상적인 교명은 lycée+français+international이 포함되면 좋겠다는 것이지요.
서울 프랑스 학교도 학교명은 "프랑스 학교 "이지만 이미 국제 섹션 학급 section internationale을 가지고 있는 만큼 프랑스어를 기반으로 하면서 영어의 비중을 높이는 이중언어 과정이 있습니다. 점점 세계화, 국제화를 강조하는 요즘 좀 더 넓은 시각으로 교육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최근 정보 공시에 내국인 입학 관련 주의를 받아 시정된 것으로 나옵니다. 아마 그래서 더욱 해외 체류 경험이 있는 내국인이라도 입학 T.O. 가 제한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하비에르 국제학교도 내국인에게도 프랑스 교육기회를 좀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설립된 만큼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기사 검색 결과 부정입학 관련 사건 사고가 2012년부터 있어왔는데요, 다행히도 2015년 이후로 2018년에 한 번 더 내국인 문제가 있다가 이후로는 더는 발생하지 않고 있어서 내/외국인 비율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120921/49591356/1
Sorry, 나 이름만 외국인학교야
서울 종로구 하비에르국제학교의 정원은 240명이다. 지난 학기 재학생은 정원에서 34명이 모자란 206명. 그마저도 145명이 한국인이다. 한국인 학생이 정원의 60.4%, 재학…
www.donga.com
https://www.joongang.co.kr/article/17886045#home
서울시교육청, 하비에르 국제학교 당분간 내국인 입학 금지
서울시교육청이 부정 입학생을 2년째 퇴교시키지 않은 하비에르 국제학교에 학생모집 정지 처분을 내렸다. 교육청은 26일 "하비에르 국제학교는 부정 입학생에 대한 시정조치인 퇴교 조치를 모
www.joongang.co.kr
그러나 최근 2024년 기사에서 학년별 정원 규정에 어긋난 외국인학교에 서울프랑스학교 및 하비에르국제학교 모두 포함되었습니다. 정원 기준 내국인비율 30% 혹은 현원 기준 내국인비율 30%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는 구멍이 있습니다.
https://www.dailyt.co.kr/newsView/dlt202411150016
김경훈 시의원, “외국인학교 4곳 중 1곳 규정 위반…법망 피하는 ‘인가 정원 꼼수’ 함께 검토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경훈 의원(국민의힘, 강서5)이 지난 14일 제327회 정례회 서울시교육청 행정사무감사 질의에서 내국인 학생 비율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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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급별 정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학교 재정을 위해 전학생을 무리하게 받는 일이 없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학급 정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24년 11월 기준).
학년별 정원은 외국인 학교 공시 정보( https://www.isi.go.kr/ )를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교실이 협소해질 정도로 학생을 수용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의 기사에 언급된 일부 학급입니다.
서울프랑스학교 정원 (2024.11월 기준)
중3 (4e): 43명 (현원 37: 외국인 24, 내국인 13)
고1 (2de): 42명 (현원 30; 외국인 17, 내국인 13)
하비에르국제학교 정원 (2024.11월 기준)
초5 (CM2): 18명 (현원 17: 외국인 10, 내국인 7)
중2 (5e): 20명 (현원 19: 외국인 10, 내국인 8)
중4 (3e): 20명 (현원 20: 외국인 10, 내국인 9)
고2 (1ère): 20명 (현원 13: 외국인 4, 내국인 9)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의 무단복제를 엄격히 금합니다. 남겨주신 공감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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